(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쇼호스트부터 유튜버, 트로트 가수, 학원장에 동료 코미디언 윤형빈의 아내 및 두 아이의 엄마까지…. 바로 코미디언 정경미(44)가 그 주인공이다. 남들은 하나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일들을 모두 해내며 그야말로 '슈퍼 우먼'의 길을 걷고 있는 그다.

지난 2005년 KBS 20기 공채 개그맨으로 방송계에 입문한 정경미는 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 '문화살롱', '봉숭아학당', '분장실의 강선생님', '풀하우스' 등에서 임팩트 있는 역할을 소화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정경미의 타이틀을 '코미디언'에만 한정 지을 순 없다. 그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MBC 라디오 '박준형, 정경미 2시만세'의 DJ로 남다른 진행 능력을 보여줬고,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공연 '투맘쇼'의 기획자이자 메인 출연자로 활약했다.

이후에도 정경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홈쇼핑 채널에 출연하며 쇼호스트로 데뷔한 그는 현재 라이브 커머스 채널에 고정으로 나올 정도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유튜브 채널 '판매왕 정경미'를 운영 중인 유튜버이며, 트로트 듀오 방울자매의 멤버이기도 하다. 거주지인 송도에 가면 영어 뮤지컬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이 된다.

'몸이 두 개였으면 한다'고 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정경미는 지치지만 정신적으로는 여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아이들 역시 바쁜 엄마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덕분에 정경미는 '열일'을 하면서도 다음 스텝을 생각하며 꾸준히 발전 중이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정경미는 그동안 활동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 후회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대중이 자신을 '열심히 사는 사람',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코미디언을 만나다] 52번째 주인공 정경미를 만났다.

-요즘 가장 바쁘게 사는 코미디언 중 한 명이 아닐까 한다. 근황이 궁금하다.

▶말씀하신 것처럼 너무 바쁘게 살고 있다.(미소) 일주일에 3~4회 정도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진행하는데, 방송하는 날엔 오전 5시에 일어나서 판교로 간다. 이후 방송이 끝나서 다시 집으로 오면 오후 1시 정도 되니 점심을 먹고 운영 중인 학원에 가서 여러 일을 한다. 퇴근하면 아이들을 돌보다가 재우고 다음 날 방송을 준비한다. 그러면서 틈틈이 다른 일정도 소화한다.

-듣기만 해도 숨이 차는 것 같다. 너무 바쁘게 지내는 것 아닌가.(웃음)

▶올해 내가 44살이다. 40대 초반까지는 그런 느낌을 못 받았는데, 40대 중반으로 넘어가니 '이렇게 열정적으로 일할 시간이 많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확 들더라.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몰아붙일 정도로 일하고 있긴 하다. 가끔 벅찰 때가 있어 정리하려고 해도 막상 정리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도 정신적으로는 행복해서 앞으로 계속 달려가고 있다. 이 생활이 내 '루틴'이 됐다.

-쇼호스트, 방송인, 학원 원장, 트로트 가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데 가장 비중을 두고 있는 일이 뭘까.

▶아무래도 쇼호스트다. 2년 넘게 꾸준히 해왔고, 수입이 가장 좋기도 하다. 라이브 커머스는 홀로 할 수 있어 편한 게 장점이다. 그다음은 유튜브, 쇼츠 등의 콘텐츠다. 유튜브 채널 '판매왕 정경미'에서 '60대 사모님' 캐릭터로 분해 다양한 콘텐츠를 올렸는데, 내 마음대로 기획할 수 있는 게 좋더라. 릴스도 올리고 있는데, 그게 먼저 잘 됐다. 100만 뷰를 넘기는 릴스도 생겼는데, '이게 되네' 싶으니 계속 찍게 되더라.

-그런데 유튜브, 릴스의 업데이트가 잠시 멈춰 있는 상황이다. 이유가 궁금한데.

▶어떤 콘셉트로 유튜브를 이어갈지 고민이 많은 상태다. 내가 아이디어를 짜고 기획하는 걸 좋아하는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이젠 MZ 세대를 쫓아가기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무작정 웃음을 좇기는 어려우니 웃음과 감동이 있는 콘텐츠를 해야 하나 싶고, 그런 부분이 고민이다. 릴스도 잠시 멈춘 상황이다. 이게 아마 코미디언들의 공통적인 생각일 건데, 콩트를 짤 때는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쇼츠 영상은 짧지 않나. 그 분량 안에 기승전결을 완성도 있게 넣으려니 할수록 고민이 많아진다. 그래도 곧 재개하려고 한다. 쇼츠는 젊은 친구들보다 중장년층이 많이 봐주시는데, 응원 댓글이 힘이 된다.

-공연 기획자로 도약하게 한 '투맘쇼'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투맘쇼'는 여전히 '온고잉' 중인 히트 콘텐츠이기도 한데.

▶'개콘'을 너무 좋아했는데, 아이를 출산한 뒤에는 스케줄을 소화하기가 어려웠다. (스케줄을 조정하려니) 팀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엄마들을 위한 공연을 하나 만들어보자' 싶은 거다. 그래서 김경아, 조승희에게 같이 하자고 했다. 아마 '오전 11시 공연'은 우리가 최초였을 거다. 당시엔 부정적인 반응도 많았다. 그런데 처음 공연을 올리는 날 일찍 공연장에 갔더니 예쁜 옷을 입은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아기띠를 매고, 커피를 사서 모여 있는 거다. 정말 그때 눈물을 글썽였고, 공연하면서도 너무 재밌게 놀았다. 그때 '이거 된다' 싶었는데, 생각보다는 티켓이 잘 안 팔렸다. 엄마들이 스스로에겐 아끼지 않나. 그래서 각 지자체에 연락하고 협업해서 함께 무대를 올리게 됐다. 그렇게 한 번, 두 번씩 하다가 점점 회차가 늘어 전국을 돌며 공연하게 된 거다. 한 달에 18번을 한 적도 있다. 예전에도 공연한 적이 있는데 그땐 배우의 입장이기만 했으니 시야가 좁았다. 그런데 '투맘쇼'를 하면서 하나하나 부딪히고 배우다 보니 모든 걸 내려놓고 열심히 하게 되더라. 정말 많이 배웠다.

-그렇게 애정을 쏟은 '투맘쇼'에서 언젠가부터 빠지게 됐다. 지금은 코미디언 김미려가 그 자리를 채웠는데.

▶'투맘쇼'가 궤도에 오르면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당시에 내가 라디오 DJ도 병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 때문에 '투맘쇼'가 갈 수 있는 공연이 줄어들더라. 그때 경아와 승희에게 나를 빼고 다른 사람을 영입해서 같이 하라고 했다. 냉정하게 생각해서, 내가 빠지고 더 좋은 사람이 들어오면 퀄리티도 좋아지고 공연도 더 많이 갈 수 있지 않나. 그때 미려가 함께하게 됐다.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니 빠지는 게 없었다. 이후 '투맘쇼'가 계속 잘됐다. 미려가 고마운 게 항상 내게 '언니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라고 한다.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다면서. 그런데 나는 오히려 잘하는 친구가 내 자리를 잘 채워준 게 너무 좋다.

-김미려와는 트로트 듀오 방울자매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언젠가 코미디언 선배님들이 은방울자매의 '마포 종점'을 듀엣으로 부르는 영상을 보게 됐는데, 너무 재밌어서 미려한테 같이 저런 걸 해보자고 했다. 그런데 내가 둘째가 생겨서 연기했다가, 그 후 미려랑 같은 소속사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일을 추진했다. 시작할 때는 꿈이 컸는데, 이제는 그냥 재밌게 행사하는 정도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걸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래도 그 많은 트로트 가수 사이에서 우리도 불러주셔서 MBN '한일톱텐쇼'도 나가고, 송도에서 열린 트로트 페스티벌도 참여했다. 이건 정말 재밌어서 한다.

〈【코미디언을 만나다】 정경미 편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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