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일주일 만에 미일중 정상 통화…李, '실용외교' 시작 순탄
미일과 발 빠른 통화로 '한미일 결속' 챙기며 '외교 안정화'
中과는 '실질 협력' 강조…11월 시진핑 방한 성사 확실시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약 일주일 만에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국 정상과의 첫 전화 통화를 모두 마쳤다. 주요국과 우호적 메시지를 교환하면서, '실용외교'의 출발이 순탄하다는 평가가 10일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틀만인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가졌다.
관세 및 안보 청구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는 다소간의 우려 속에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선 제압'을 위해 압박성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통화에 앞서 백악관은 21대 대선 결과에 대해 논평하며 '중국의 간섭을 우려한다'라는 입장을 통해 한중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통화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관세 협의와 관련해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고, 이를 위한 실무협상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도록 독려하기로 했다는 한미 정상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두 대통령은 서로가 겪은 암살 위험과 정치적 어려움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며 "어려움을 이겨내며 강력한 리더십이 나온다"라는 '공통 분모'를 부각하기도 했다.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맞춤형 접근법도 돋보였다. 두 정상은 각자의 골프 실력을 소개하고 가능한 시간에 '동맹을 위한 라운딩'을 갖기로 했는데, 첫 통화에서 이처럼 격의 없는 소통이 이뤄진 것을 두고 대미 외교의 공간이 넓어졌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다만 관세와 안보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의 협상이 본격화되면 한국이 넘어야 할 산의 높이는 여전히 상당하다. 오는 15일 개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비롯해 추가적인 대면 소통을 빠르게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9일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에게 "한일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의 도전 과제에 같이 대응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또 상호 존중과 신뢰, 책임 있는 자세를 언급하며 "보다 견고하고 성숙한 한일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정상 간 통화 상대로 일본을 택했다는 점, 한일관계를 좋은 분위기로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에 대해 일본 여론의 평가는 후했다. 일본에선 한국의 민주당 정권이 과거사 문제를 중시해 한일관계가 나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한일관계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미국이 중시하는 한미일 3각 협력 체계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미국에도 '안정적 메시지'를 주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평가다.
중국보다 먼저 일본과 통화한 것은 이른바 '쎼쎼(谢谢·고맙습니다) 논란'을 진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역시 미국의 입장에서 향후 한국을 대할 때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요인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일은 올해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일단 관계 개선에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거사 문제의 변수는 여전하지만, 당장 한일 모두에게 더 큰 국익은 관계 개선 흐름을 유지하는 데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갖고 양국 국민의 삶에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한중관계를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한중 양국이 호혜 평등의 정신 하에 경제, 안보, 문화, 인적 교류 등 다방면에서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인적·문화 교류 강화와 경제 등 실질협력 분야에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11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시 주석을 정식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시 주석과도 빠르게 소통이 이뤄진 것은 윤석열 정부에서 멀어졌던 한중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11월 APEC 때까지 시간을 벌며 더 급한 사안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역시 노골적인 '대미 견제' 압박 메시지를 내지 않으면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 외교의 '현실'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11월 양자 정상회담 때까지 중국이 한국에 대한 경제·안보적 압박을 높일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평가다.
주요국과의 통화를 순탄하게 마친 이 대통령은 오는 15일 G7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외교 무대에 데뷔한다. 이번 회의에서 한미,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지만, 그보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멈췄던 한국 외교가 '복구'됐다는 메시지를 내는 다자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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