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필수의료 전문의 절반, 올해 병원 아닌 '의원' 택했다
병원 근무 산부인과 전문의 1년새 31명↓…11개 필수과 중 유일
의료계 "병원에선 버티기 힘들어…수가·노동·소송 모두 쏠려"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필수의료과(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내과, 신경과, 감염내과) 전문의들이 병원을 떠나 의원으로 향하는 흐름이 올해 들어 더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서는 병원급 의료기관 내 과도한 업무 강도, 낮은 수가, 법적 책임 부담 등이 누적된 결과로 보고 있다.
10일 뉴스1이 단독 입수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난해 1분기 대비 2025년 1분기 기준 진료과별 증감 현황을 살펴보면 11개 필수의료과 전문의 중 의원에서 근무하는 비율은 2024년 45.8%에서 2025년 45.9%로 소폭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필수의료 전문의는 병원급에서 483명, 의원급에서 544명이 각각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내과는 병원에서 184명 증가한 반면 의원에서는 243명이 늘었고, 정형외과는 병원 13명·의원 82명, 신경과는 병원 27명·의원 41명, 신경외과는 병원 25명·의원 35명이 각각 증가했다. 특히 산부인과는 병원에서 31명이 줄고 의원에서 42명이 늘어, 병원 인력이 오히려 감소한 유일한 필수의료 진료과로 확인됐다.
또 필수의료과 전문의 수는 2022~2024년까지 병원급 2만 9872명, 의원급 2만 5230명 수준에서 정체돼 있었으나, 2025년 1분기 들어 병원은 3만 355명, 의원은 2만 5774명으로 각각 소폭 증가했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 확대 등 공급 확대만으로는 필수의료의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필수의료의 핵심은 단순한 공급 확대가 아니라, 인력이 병원에 남을 수 있는 구조 설계"라며 "수가 격차, 업무 강도, 법적 책임 부담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병원은 계속 비어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해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으로 복귀한 전공의 A 씨는 "병원에서 이뤄지는 응급수술, 분만, 중환자 진료 등은 의원급에서 대체가 불가능하다"며 "현재처럼 의원 개원의 쏠림이 계속된다면, 병원 내 필수 진료 기능은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부섭 중앙대의료원 교육협력 현대병원장은 "의학교육과 수련은 대부분 개인의 시간과 비용으로 감당해 왔고, 정부나 사회의 실질적인 지원은 없었다"며 "최근 10년간 물가는 5~6%씩 올랐지만, 의료수가 인상은 1%대에 그쳤다. 어려운 수술을 하는 의사보다 비급여 주사 한 대 놓는 개원의가 몇 배 더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필수의료를 선택하는 의사가 나올 수 없고, 기존에 버텨온 이들마저 떠나고 있다"며 "새 정부와 의료계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시작해, 구조 개편을 위한 대통합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희경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국민 합의를 토대로 하는 보건의료 발전 계획을 우선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며 "의료 정책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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